2006년 01월 23일
그녀의 빗자루 뒤편. [1]
풀밭. 이라고 하기엔 약간 무리가 있는. 평원 언덕의 언저리에 누워있는 건.
어디에도 있을 법한 한 명의 소년이었다.
옆에 틀어놓은 라디오에선 날씨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다. 허나 소년이 그 방송을 듣는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.
하늘은 언제나처럼 푸르기만 할 뿐이다.
기지개를 활짝 펴고 라디오를 주워들고는.
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간다.
소년은 이 바람이 좋았다.
자연적이지만 인위적인 바람.
다른 바람과는 묘하게 차이가 있는. 뭔가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바람.
그 바람을 맛볼 수 있는 건. 이 길을 내려갈 때 뿐이니까.
적어도. 소년에게는 그러했다.
대부분이 그렇듯. 소년의 꿈은 '하늘을 나는 자.'
하늘을 볼 때 마다의 데자뷰. 알 수 없는 느낌에 몸을 떨던 그 시절.
소년의 가슴속에 잠자는 건. 비행에의 뜨거운 열망이었다.
그럭저럭. 반 정도 내려왔을 무렵.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. 이 마을에 정착한 이래 최대 규모의 소나기였다.
".....맑음이라며....."
기분 좋던 바람은 순식간에 다 어딜 간건지. 대신 질척거리는 기분 나쁨만이 그 자리에서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.
그리고. 다음 순간.
소년은 땅바닥에 뒹굴고 있었다.
영문을 몰랐다. 단지. 그 질척임 속에서 느낀 것은.
'쓸렸다.....?'
별 이상한 감촉이다 싶어서 눈을 떴을 때 처음 보인 것은.
"..........빗자루?"
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널브러져 있는 것. 그 실체는.
".......여자?"
그랬다.
단지 보통과 다른 점이라면.(아마도 그 나이 또래의 여자애라면 거의 그렇지 않다.) 제 키보다 큰 빗자루를
도대체 왜 가지고 다니느냐. 정도. 그리고 뭔가 잔뜩 들어있는 듯한 가방을 지고 있다는 것.
마음대로 날아와 친절히 빗자루로 남의 얼굴을 쓸어 준 것 까지는 좋다만.
문제는 공격자가 정신을 잃어서야.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.
"........할 수 없지. 라는 거냐....."
# by | 2006/01/23 14:09 | 글나부랭이 | 트랙백 | 덧글(2)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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